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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빙그레 웃는 낯으로 환약 한 알을 손에 받아들고 돌아서서 저편으로 천천히 몇 발자국

을 떼어놓기 시작했다.30. 생사의 기로자운 아가씨는 훨훨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자

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단지 한 가지 의리를 위해서 불로신선 여허 노인의 목숨을 구해 준 셈

이다.그러나 여허 노인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가씨의 호의를 받아 들이

는 것이 창피한 노릇이라고 생각했다.끝까지 고집을 부리다가, 여허 노인은 홀연 생각을 달리 햐

는 바가 있었다.노인은 자운 아가씨가 두 차례나 신계를 왕래한 것이 바로 이 소세옥이라는 청년

협객을 찾아내려는 목적이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이제 두 젊은 남녀가 서로 대면을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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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마당에서, 소세옥이 자운 아가씨를 전혀 모른다고 딱 잡아떼는 것은, 청년 협객 소세옥의 가슴

속에는 오 년 전까지도 봉명장에서 말을 끌며 인간으로서 참기 어려운 가지가지 학대를 받아 온

원한과 분노가 깊이깊이 서리어서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 분노와 원한을 아가씨에게로 돌리

고 고의로 정체를 밝히지 않고 알은 체를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쉽사리 간파했다.불로신

선 여허 노인은 평소에도 자운 아가씨를 친딸이나 다름없이 귀여워했고 아껴 왔다. 아가씨가 자

기를 위해서 생사를 돌보지 않고 대담 무쌍하게 이 자리에 나타나 준 호의를 안심하고 받아

들이기로 결심했다.여기에는 노인만이 알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청년 협객

소세옥으로 하여금 자운 아가씨가 인의(仁義)를 생명같이 알고 살아가는 무예계에서 드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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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여걸이며, 결코 분단장만을 일삼는 평범하고 속된 아가씨가 아니라는 인상을 강렬하게

느끼도록 해보자는 생각이었다.영웅은 또한 영웅을 사랑한다는 속담이 있다.이렇게 함으로써

청년 협객 소세옥은 자운 아가씨라는 일개 젊은 여성을 다시 한 번 인상 깊게 관찰할 기회가

생겨서, 정열을 불태워 사랑하고 싶은 젊은이의 본능적인 충동을 받게 되지 않을까?이런 점

까지 계산에 넣고 혼자서만 곰곰이 생각해 본 여허 노인이었다.또 한편으로, 방금 이 시끄러운

장면에 과감히 나타나서 일견사 허비같이 무예계에서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와 결사적

인 대결을 해서라도 자기를 구해 주려는 소세옥의 대장부다운 성격이나 결단성 있는 태도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절대로 일견사 허비가 자운 아가씨의 몸에 털끝만치도 손을 대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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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용감무쌍한 청년임을 믿을 수 있었다.이런 여러 가지 점을 종합해서 생각할 때, 여허

노인은 우연히 발생한 사태가 한 쌍의 영웅과 미인에게 열렬한 사랑의 싹이 움트게 하고, 또

그 성장을 위해서 절호의 기회가 되어 주었으면 하고 남몰래 기구하는 마음이 간절했다.오직

이런 이유 때문에, 불로신선 여허 노인은 장래에 무예계에 소문이 퍼져서, 자기 자신이 구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