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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하얀 헝겊도 다소 걷히기는 했지만, 그 장정은 두 번 다시 시체의 얼굴을 똑바로
볼 용기가 나질 않았다.힐끗 한 번 보는 척하고 그는 칼끝을 이편으로 획 돌려 버리
고 땅딸보 노인이 서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고는 칼을 잔뜩 움켜잡고
버티고 서있던 다른 장정에게 천연스럽게 말했다.”그것 참! 아주 재수가 없는걸! 이번
길에서 맞닥뜨리는 것마다 모조리 죽어 자빠진 송장들뿐이니 ‥‥‥.”버티고 서 있
던 다른 장정이 땅딸보 노인을 흘겨보면서 또 호통을 쳤다.”오늘밤, 여기까지 오는
에, 아이를 배서 배가 불룩한 여자를 보지 못했느냐?”땅딸보 노인은 역시 기계처럼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천만에! 그런 여자는 통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같이 송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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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끌고 다니는 위인들은, 낮이면 자고 밤에나 길을 가게 되니까 살아 있는 사람들하
고는 전혀 내왕이 없습니다! 서방님! 아무 일도 없으면 저는 또 길을 떠나야겠습니다!”
버티고 서 있던 장정은 침을 탁 뱉더니, 서슬이 시퍼런 칼날을 번쩍번쩍 휘두르면서,
불쑥 노인의 앞으로 다가서며 호통을 쳤다.”이 서방님은 그런 여자를 봤느냐, 못 봤느냐
하는 것을 물었지, 살아 있는 사람과 내왕이 있고 없고를 물은 게 아니야!”땅딸보 노인은
후들후들 떨리는 몸으로 몇 걸음인지 또 뒤로 물러섰다. 어찌나 겁을 집어먹었는지, 음
성조차 부들부들 떨려 나왔다. 우물쭈물 간신히 대답했다.”모‥‥‥ 모‥‥‥ 못 보았
습니다! 서‥‥‥ 서방님!””흥! 어디서 병신 같은 늙은이가‥‥‥.”장정은 투덜투덜하
더니, 시퍼런 칼날을 또 한 번 번쩍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다.”어서 저리 꺼져 버려!”
두 줄기 장정들의 그림자는 또다시 번갯불처럼 빠른 속도로 길 옆 숲 속으로 자취를 감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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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버렸다.땅딸보 늙은이는 다년간 송장 속에서 밥을 벌어먹고 살아서, 남만 못지 않게
대담무쌍하지만, 이렇게 험상궂게 생긴 무예계 변두리에서 굴러먹는 망나니 패들을 만
나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더군다나 서슬이 시퍼렇고 번쩍번쩍하는 그네들의 칼을 보기
만 하면, 혼비백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눈썹이 시커멓게 치올라 가고, 두 눈이 부리부리한
악한 같은 두 장정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땅딸보 노인은 얼이 빠져서 어리둥절해 있었
다, 그리고 전신에서는 식은땀이 비 오듯 했다.노인은 역시 기계처럼, 멀리 사라져 가는 두
장정의 뒷그림자를 힐끗 한 번 바라다보는 둥 마는 둥하고 혼자서 입 속으로 몇 마디를
중얼댔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