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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행랑방 안에 있었다.사건이 발생하려는 순간에, 아무도 모르게 사
람들의 시선이 별로 미치지 않는 한편 담 위로 기어 올라가 몸을 숨겼다. 끝까지 방관적 태도로
냉정한 입장에서, 이 사건을 자초 지종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구경했다. 그의 입가에는 때때로
이상야릇하고도 싸늘한 미소가 떠오르곤 했다.사건이 끝나자, 그는 또다시 아무도 모르게 살
금살금 자기 처소로 작정된 행랑방으로 돌아왔다.그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그는 한 막
의 멋들어진 희비극(喜悲劇)을 아무도 모르게 뒤에서 각색(脚色)도 하고 연출도 했다. 그것
은 훌륭히 성공한 셈이었다.그러나 또 다른 한 가지의 목적에 있어서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
었다.정기봉의 본부인인 수라수 담경영을 용취암 밖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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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 마생은 쥐도 새도 모르게 용취암 안에 살며시 침입했었다.용취암을 구석구석 샅샅이
뒤지다시피 했지만 벙어리 유모의 종적은 도저히 찾아낼 길이 없었다.어떤 한줄기
실마리조차 잡아낼 만한 것이 없었다.실망 낙담하고 있는 바로 그 찰나에 봉명장의 경종(警
鍾)이 요란스럽게 울려 퍼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몸을 숨기고 남몰래 정기봉의 잔인 무
도한 소행을 구경하게 된 것이다.허다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마생의 머리 속에도 커다란
의혹이 떠올랐다.그 의혹이란 것은 마생에게 대해서 일종의 중대한 계시같이도 생각되었다.
비록 성급한 판단을 아직까지 내릴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봉명장의 장주 정기봉이 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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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신출 귀몰한 무학(武學)의 재간을 발휘해 보였다는 사실과, 흑해쌍마란 자들이 뭣인
지 빌려 달라고 봉명장에 나타났다는 두 가지 사실은, 왜 그런지 자기 자신의 일과 어느 정
도의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이렇게 되고 보니, 그는 더한층 행동을 삼가지
않을 수 없었다.왜냐하면, 그가 목격한 정기봉의 장력(掌力)이나 솜씨, 그리고 공양숙이란
자를 추격하여 거꾸러뜨리는 수법이 너무나 신출 귀몰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마생의
무술에 대한 조예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한눈에 간파할 수 있었다. 정기봉이 발휘한
수법은 그가 평소부터 명성을 떨치고 있는 무극문무학(無極門武學)이란 수법이 아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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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무학보다도 훨씬 더 높고, 더 신비스럽고, 그야말로 오묘 불가사의한 재간임을 부
인할 수 없었다.현재, 마생 자신이 배웠다는 신영절학 정도를 가지고는 도저히 정기봉의 적
수가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마생은 앞으로 특별히 몸조심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방안에 멍청히 앉아 있었다.이 궁리 저 생각, 머리 속이 한없이 복잡했다. 우선 시
급히 찾아내야 할 사람은 벙어리 유모였다. 벙어리 유모만이 자기 자신의 신세에 대한 수
수께끼를 풀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이번에 강주 아가씨를 데리고 봉명장에 나타난 첫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