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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정말 천진 난만한 계집애다! 뭣이 두려운 일인지도 모르는 어린 아이같이 ‥‥ 얄미울이 만큼
예쁘게 생긴 계집애! 공연히 우리 시끄러운 봉명장엘 뛰어 들어와서 혼이 나는구나!’비운이 또 입을
삐쭉삐쭉해 가며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말했다.”우리 아가씨께선 자꾸만 돌아가자구 그러세요! 이
봉명장에는 무서운 일이 많아서 겁이 나신다구요!”말소리가 끝나자마자, 문간에서 누군지 껄껄대고
호탕하게 웃는 소리가 들려 왔다.”핫! 핫! 핫! 자운아! 왕씨댁 아가씨는 왜 그렇게 조급하게 돌아가시
겠다는 거냐?”자운 아가씨는 단번에 그것이 부친 정기봉의 음성임을 알아차렸다.남몰래 가슴이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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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했다.평소에는 무술을 단련하는 자기의 밀실에 틀어 박혀서 좀체로 밖에 나오지 않는 부친.밖에 나
온다고 해도, 열두 시첩들의 처소를 찾아가거나, 그렇지 않으면 응접실 대청에서 무예계 인물들을 만
나 보곤 즉시 종적을 감추는 부친.그가 오늘은 무슨 까닭으로, 사전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아무도 모르
게 슬그머니 난원엘 나타났다는 걸까?자운 아가씨가 들릴락말락 나지막한 음성으로 강주 아가씨에
게 말했다.”우리 아버지가 오셨어!”자운 아가씨는 반색을 하며 내달아서 부친을 맞았다.과연, 정기봉
이 혼자서 방문 밖에 우뚝 서 있었다.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는데도, 정기봉의 두 눈초리만은 번쩍번
쩍 소름 끼치도록 매서운 광채를 발사하고 있었다.강주 아가씨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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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천진 난만한 처녀였다.무예계에 쟁쟁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위풍 당당한 봉명장의 주인 정기봉
의 앞에서도, 한편 눈도 깜짝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있을 뿐.성수신검 정기봉이 뚜벅뚜벅 자못 점잖게
걸어서 방안으로 들어섰다. 재빠른 눈초리가 단숨에 강주 아가씨의 전신을 번갯불처럼 스쳐 나갔다.
그는 또 한 번 호탕하게 웃어 젖혔다.”핫! 핫! 핫! 이 아가씨가 바로 왕씨댁 아가씨냐?”강주 아가씨는
그제서야 마지못해 상반신을 약간 꾸부리는 척 추호도 겁내는 기색이 없이 쌍끗 웃었다.”저는 벌써
부터 아저씨께 문안을 드리려구 했었어요! 언니두 같이 가서 찾아뵙자구 하던 참이었구요‥‥‥ 아
저씨 ! 안녕하셨어요?”자운 아가씨는 부친을 자리잡아 앉게 하고, 자기도 옆에 바짝 붙어 앉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