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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영은 노인이 비록 봉명장의 이로 중의 한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오늘 밤만은 자기에게 대해서

추호도 악의가 없다는 사실을 간파했다.얼른, 치밀어 오르려는 마음속의 분노를 꾹 누르고 호탕

하게 마음에도 없는 너털웃음을 쳤다.”핫! 핫! 핫! 어떤 놈이든지 나의 원수가 되는 놈이라면, 놈의

무술 재간이나 실력이 제아무리 신출 귀몰하다 해도 나는 기어코 한 번 맞서 볼 작정이오!””그럼 젊

은 협객은 이미 그대의 원수의 정체를 확실히 포착했단 말인가?””현재까지는 확정적인 말을 할 수

없소!””그대 자신의 신세에 관해서는?”왕영은 가슴속이 뜨끔했다. 또 혼자서 생각해 봤다.’그렇다!

나의 신세가 밝혀지지 않은 이상, 어떻게 천하제일방이 바로 나의 원수라고 단정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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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았다! 이 늙은이는 일찍이 오묘 불가사의한 천하제일방 방주의 말을 듣고, 추운검객의 일가가

몰살당한 것이 이 방의 소행인 줄 알고 있는 모양이지만, 나 자신이 과연 추운검객과 관련성이 있는

지, 없는지 누가 단정할 수 있단 말인가?’왕영은 여기까지 생각하자, 고개를 끄덕끄덕했다.”바로 이

점이 소생이 한시 바삐 알고 싶어하는 일이오. 그런데 노인께선 무슨 까닭으로 이 일을 꼬치꼬치

물으시는 거요?””나는 어떤 옛날 친구 한 사람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이오.””옛날 친구라니요?”

“맞았네! 한 번도 얼굴을 대해 보지 못한 옛적 인물에게 관심이 있네.””그게 누구란 말씀이오?”

“이 늙은 것이 좀 이상한 질문을 하더라도 젊은 협객은 솔직히 대답해 주겠나?””말씀해 보시

오!””젊은 협객의 오른편 가슴에는 두 개의 젖꼭지가 달려 있나?”왕영은 두 눈이 휘둥그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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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깜짝 놀랐다. 까닭을 알 수 없다는 눈초리로 반문했다.”노인은 무슨 의미에서 그런 것을 물

으시는 거요?””나의 옛적 인물이라는 그 사람이 바로 그랬기 때문에‥‥‥”노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소름 끼치도록 징글맞은 냉소 소리가 들려 왔다.

“에헤헤헤 헤헤! “그 냉소 소리는 귀신의 음성과도 같이 무시무시하게 들려 왔다. 음산하고

공포에 가득 찬 그 냉소 소리가 들려 오자, 비단 왕영 혼자만이 전신을 부르르 떨었을 뿐 아니

라, 무예계에서 수십 년 동안이나 쟁쟁한 명성을 떨치고 있다는 아미수로 노인도 진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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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치며 몸을 오싹 떨고, 별안간 두 눈을 딱 부릅뜨며 뒤로 물러섰다.왕영은 목청을 뽑

아서 호통을 쳤다.”어떤 놈이냐?”아미수로 노인은 번쩍번쩍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사방

을 두리번거리며 휘둘러 봤다.어슴푸레한 달빛 속에 별이 군데군데 박혀 있는 하늘 아래

사람의 그림자라곤 하나도 찾아낼 수 없었다.두 사람이 서 있는 지점에서 열 장 이내 거리

에는, 사람이 몸을 숨길 만한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