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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마자, 정여룡은 무슨 까닭인지 전후를 헤아릴 생각도 없이 아주 간단하게 자기의 무장(武裝)을 자

기 손으로 깨끗이 해제해 버린 셈이다.자운 아가씨는 오빠 정여룡의 하는 꼴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마음속으로 냉소를 금치 못했다.’흥! 정말 웃기고 있네!’그러나 겁을 잔뜩 집어먹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강주 아가씨 앞에서, 자기의 심정을 솔직히 털어 놓을 수도 없었다.강주 아가씨

는 쌍끗 웃었다.봄눈이 소리 없이 사르르 녹는 듯한 아가씨의 미소는 형언할 수도 없게 매혹적이었다.

정여룡은 전신의 뼈 마디마디가 녹아 버려서 흐늘흐늘해지는 것 같은 이상야릇한 감각을 느꼈다.

강주 아가씨가 정여룡을 곁눈질해 보며 쌍끗 웃었을 뿐만 아니라, 가을날의 호수같이 맑게 가라앉은

눈동자를 살짝 굴리면서 정여룡에게 가벼운 추파를 던졌기 때문이었다.정여룡은 구곡 간장이 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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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듯.혼비 백산, 전신이 하늘로 둥둥 떠올라 가는 것 같았다.바로 이 순간에, 강주 아가씨는 꾀

꼬리 소리같이 또랑또랑하면서도 갓나온 죽순같이 나긋나긋하고 신선한 음성으로 어린 아이가 응

석을 부리듯 물어 봤다.”언니 ! 이분은 누구시지? 아주 근사하고 미끈하게 생기신 분인데…”자운 아

가씨는 내심 여간만 걱정을 하지 않았다.’정말, 얘가 왜 이럴까? 안 그래도 우리 못된 오빠가 집적거

릴까봐 걱정을 하고 있는 판인데, 계집애가 멋도 모르고 먼저 추파를 보내고 있으니‥‥‥’자운 아

가씨가 뭐라고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몰라 망설이고 있을 때, 정여룡은 앞으로 불쑥 나서면서 호탕

하게 껄껄댔다.”핫! 핫! 핫! 소생이 바로 봉명장의 둘째 장주, 남들이 활수검이라고 일컫는 정여

룡이오!”자운 아가씨는 정여룡을 노려보다가 매섭게 눈을 흘겼다. 이편으로 고개를 돌이키고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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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낯으로 말했다.”바로 우리 오빠야! 알은 체할 것 없어!”강주 아가씨는 또 한번 새까만 눈동자를

살짝 굴렸다. 간드러진 음성으로 애교가 넘치는 웃음을 기탄 없이 터뜨렸다.”오호호‥‥‥호호!

정 선생 ! 참말 고마워요!”정 선생이라는 한 마디에 정여룡은 어색하고 쓱스럽기도 했지만, 그 반면

에 푹푹 찌는 여름 날씨에 얼음 냉수를 벌컥벌컥 마시는 것처럼 가슴속이 시원하고 후련했다. 기

분이 상쾌하기 이루 형언키도 어려웠다.자못 점잖은 체를 하면서 통쾌하게 웃었다.”허허허! 헛! 헛

! 아가씨! 어서 이리 좀 앉으시오. 듣자니 아가씨께서는 우리 봉명장으로 가시는 길이라는데, 소

생은 진심으로 환영하오!”자운 아가씨는 강주 아가씨를 부축해서 자리에 앉게 하고 나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