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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 석화 같은 싸늘한 장풍도, 이 안개 속으로 뚫고 들어오자마자 눈이 녹아 버리듯 형체조차 없어
지고 말았다.그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안개는 점점 더 테두리를 넓혀서 번져나가며, 벌판을 휩쓰는
밤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져 나갔다.징글맞은 웃음소리는 여전히 자욱한 안개 속에 휩쓸려 쉴 새 없
이 들려 오기는 했지만, 결국 천하제일방 방주의 신출귀몰한 무술 재간도 이 안개 앞에서는 도저
히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자욱하게 끼었던 안개가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번져 나간
다음 그 안개 속에는 이미 왕영의 그림자도 없었다.다만, 극히 미약하고 담담한 나머지 냄새가 밤
하늘 속에 감돌고있을 뿐.하늘 높은 곳에서, 징글맞은 음성이 또 무시무시하게 들려 왔다.”요놈! 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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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녀석이 불과 오 년 동안에 둔형무(遁形霧)의 수법까지 배웠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어디 두고 보자! 오늘만이 날이냐? 네놈은 언제고 내 손아귀에서 빠져 나지 못할 것이다!”징글맞은
음성은 여운을 길게 남기면서 칠흑같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음성이 사라져 가는 것과
때를 같이해서, 성벽 위로부터 한줄기 사람의 그림자가 번갯불처럼 번쩍하고 내려섰다. 그 그림
자는 땅바닥에 죽어 자빠진 아미수로 노인의 시체 위를 재빨리 스쳐 나갔다.”흥!”가볍게 코웃음
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또다시 허공으로 불쑥 높이 솟구쳐 오르더니, 징글맞은 소리가 사라져 간
방향을 향하고 쏜살같이 달려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 사람의 그림자는 깨끗이 종적을 감춰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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렸다. 희미한 달빛이 땅바닥에 나둥그러져 있는 시체 위를 처량하게 비추고 있었다.노인의 시체는
차츰차츰 녹아 버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복과 머리털만은 남아 있더니, 얼마 안 되어서 그것
들마저 형체도 없이 녹아 버렸다.땅바닥에는 비린내 나는 시뻘건 피가 질펀하게 괴어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해서, 무예계에서 수십 년 동안이나 쟁쟁한 명성을 날리고 있던 아미수로 노인은 숨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왕영과 천하제일방 방주라는 인물을 제외하고는
노인의 죽음을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더군다나, 한 가닥의 뼈조차도 남지 못하고 전신이
녹아서 없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무예계 사람들은, 이 평생에 나쁜 짓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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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고, 성격이 고고하고 놀라운 무술 재간을 지닌 노인이 여전히 그의 여년을 여유 작작하게 지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수밖에‥‥‥‥운명은 이 선량한 노인에게 너무나 잔인했다. 가장 유감
스런 것은 이 노인이 십여 년 동안이나 온갖 고생을 무릅쓰고 무슨 일인지, 한가지 밝혀 놓고야
말겠다던 희망을 실현하지 못한 채 목숨이 끊어졌다는 사실이다.이것이 바로 인간이다.
리고 인간에게는 이보다도 더욱 비참한 일들이 많다. 이것이 바로 무예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예계에는 더욱 비참한 일들이 이제부터 시작되려고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