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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을 한 사나이의 말소리는 점점 더 갈라지고 찢어질 것처럼 듣기 싫은 음성으로 변했다.
“단지‥‥‥한 가지 뭣이란 말씀이오?””당신은 어째서 성명 삼자를 말씀해 주시지 않으시
나요?””물 위를 떠도는 부평초처럼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들끼리 무의미한 기억을 남겨 둘
필요가 있겠소? 아가씨 ! 빨리 돌아가시오!”자운 아가씨는 돌연 어떤 한 가지 일이 머리 속에
떠오른 모양이었다.원망스럽다는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저는 돌아가지 않아요!””돌아가시
지 않는다구?””저는 또 해야 할 일이 있어요!””그 일이란 아가씨 자신의 몸에 침투하고 있는
독기를 치료하는 일보다 더 중대한 일이오?””맞았어요!””소생에게 말씀해 주실 수 없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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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저‥‥‥ 저는 어떤 사람을 하나 찾고 있어요!””응? 어떤 사람을?””네 ! 그 사람이 위험
한 지경에 빠져 있기 때문이에요!””아가씨는 그 사람을 못 잊어하시는 거요?””아녜요! 그
람에게는 목전에 적이 너무 많아서요!””아가씨 ! 소생에게 말씀해 주실 수 없겠소? 그 사람
이 누군지?”아가씨는 또 긴 한숨을 땅이 꺼질 듯 내쉬었다. 말을 할까말까 망설였으나 퍼뜩
생각나는 점이 있었다.생면 부지의 사나이 앞에서 자기가 어떤 젊은 사람을 찾고 있다는 말
을 처녀의 몸으로 어떻게 털어 놓을 수 있단 말인가?주저주저하다가 결국 고개를 옆으로 흔
들고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입을 다물어 버렸다.자운 아가씨가 비록 선선히
말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복면을 한 사나이는 벌써부터 아가씨의 심중을 들여다보듯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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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었다.그도 역시 먼 하늘을 쳐다보며 긴 한숨을 땅이 꺼지도록 내쉬었다.자운 아가씨
는 도무지 까닭을 알 길이 없어서 대뜸 물어 봤다.”뭘 그렇게 탄식을 하시나요?”복면을 한
사나이는 여전히 천연스럽게 대답했다.”아가씨! 역시 빨리 돌아가셔서 독기를 치료하시는
일이 급하오. 사람을 찾으신다는 일은 독기를 치료한 다음에 해도 될 게 아니겠소?”자운 아
가씨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안 돼요! 저는 한 번 돌아가면 두 번 다시 밖에 나오지 못
해요!”복면을 한 사나이는 어리둥절했다.”그건 또 무슨 까닭이오?”자운 아가씨는 대답하기가
심히 난처한 모양이었다. 몇 번인지 입술만 쫑긋쫑긋하다가 결국 끝까지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복면을 한 사나이가 연거푸 물었다.”정 장주 노인께서, 아가씨가 밖으로 나돌며 그 사
람을 찾아다니지 못하게 하신다는 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