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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져 나와 있었다.이 한 자루의 칼은 소세옥의 눈에 심히 익은 것이었다. 칼자루 손잡이에 달려 있는
황금색 술이 침상 가로 늘어져 있는 것만 보아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얇은 휘장을 격하고
침상 위를 살펴보았다. 아가씨는 저편을 향하고 모로 드러누워 있었다.돌연, 소세옥은 이상한 생각
을 금치 못했다. 자운 아가씨가 손톱만큼도 중독으로 괴로와하는 기색이 없이 편안히 잠들어 있기
때문이었다.또 한 가지 더욱 수상쩍은 점은, 자운 아가씨가 이미 음한독기를 완전히 물리쳐 버리고
해독이 되었다고 생각할 때, 어째서 저 유명한 세심신니의 진전(眞傳)까지 물려받은 놀라운 재간
을 지니고 있는 자운 아가씨가, 사람이 외부에서 자기 방에 침범하는데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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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히 잠들어 깨어나려고 하지 않느냐는 사실이었다.침상 위의 여자가 자운 아가씨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베갯머리에 놓여 있는 칼은, 분명히 평소에 아가씨가 꼭 신변에 지니고 다
니던 물건이 아닌가.이런 생각이 들자, 소세옥은 다소 어리둥절했다.마지막으로 그는 기침 소리를
내서, 침상 위에 아가씨가 깜짝 놀라 깨어나도록 해서 과연 자운 아가씨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볼
생각을 했다.”에헴! 에헴!”그는 연거푸 두 번이나 일부러 큰 기침 소리를 냈다.그러나 침상 위의
아가씨는 여전히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을 뿐이었다. 마치, 누구에게 수혈(睡穴)을 찔려서 인사
불성이 된 사람같이 보이기도 했다.소세옥은 점점 더 수상쩍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남녀간
의 예의고 염치고 체면이고 돌볼 겨를이 없이, 불쑥 팔을 뻗쳐 휘장을 양편으로 홱 걷어 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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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쑥 들이밀고 자세히 살펴봤다.’응? 이것이 어찌 된 일일까?”또 얼마나 괴상한 일인가?’
아가씨는 고개를 침상 바닥에 푹 파묻고 누워 있을 뿐더러, 얼굴 전체는 비단 손수건으로 가리고
있어서 누군지 그 얼굴을 똑똑히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가씨의 몸에서는 난초꽃 향기같
이 그윽하면서도 짙은 냄새가 풍겨 났고, 그 향기 속에 싸여서 아주 곤히 잠에 곯아 떨어져있는것
이 아닌가.이렇게 되고 보니 소세옥은 진퇴 양난이었다. 손을 더 뻗쳐서 아가씨의 몸뚱어리를 밀
쳐 버릴 형편도 못 되고, 아가씨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비단 손수건을 훌쩍 걷어 버릴 수도 없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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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이었다.소세옥은 해독제를 베갯머리에 놓아 주고 자리를 떠 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다.그러나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도 마땅한 일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만일에 이 아가씨가 자운 아가씨가 아
닐 경우에는 얼토당토 않은 짓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또 만일에 아가씨의 중독 상태가 심해서 인
사불성이 된 것이라면, 열두 시간만 경과하면 아무리 해독제가 있다 해도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
는 노릇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