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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봤다. 오른손 식지(食指)를 꼿꼿이 뻗쳐 가지고 고개와 어깨를 수선스럽게 흔들면
서 허공에다 글자 한 자를 그려 보였다.그것은 한자의 기(欺)자였다.소세옥은 퍼뜩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는 일찍이 무예계에 동도(東盜), 서기(西欺)라는 두 명물이 있다는 이야
기를 들은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그 이름은 남신 북제(南神北帝)만큼이나 유명하다고
했다.물론, 남신 북제란 무술의 재간으로 유명해진 명칭이지만, 이 동도니 서기니 하는 명
칭은 도둑질과 속임수로 유명해진 것이었다.동도는 남의 물건을 훔쳐내는 데에 공전 절후
의 묘기를 가졌고, 서기는 남을 속이고 거짓말을 잘하고 공갈을 때리는 데에 당할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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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이들을 무예계의 쌍벽(雙璧)이라 일컫는다고 했다.그러면 이 장돌뱅이가 바로 서
기라는 유명한 인물이란 말인가?요모조모로 생각해 보니, 아침결에 그리고 지금 또 만
는 두 사람의 장돌뱅이가 십중 팔구까지는 같은 한 사람이 아니리라고 추측되었다. 둘 중
의 하나는 변장을 한 가짜라고 생각되었다.그리고 두 사람의 솜씨를 비교해 본다면, 변장을
했다고 추측되는 인물의 재간이 훨씬 더 기기 묘묘해서, 감쪽같이 자기의 눈을 피하고 책
자를 훔쳐 갔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단지 알 수 없는 것은, 어떤 편이 과연 진짜
인물이냐는 점이다.즉, 두 번씩이나 만나게 된 장돌뱅이가 정말로 하나는 동도요, 또 하나
는 서기라면, 누가 누구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맨 처음에 만났던, 변장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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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되는 자가 정말 바로 동도였단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 자기 눈앞에서 능청스럽게 수
다를 떨고있는 서기도 또한 천기부록 책자를 노리고 내숭스럽게 덤벼드는 게 아닐까?
세옥은 싸늘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 슬쩍 비꼬아서 한 마디를 던져 봤다.”그렇다면, 한 분
은 잘 훔치시고, 또 한 분은 잘 속이시고, 그야말로 무예계의 쌍벽이랄 수 있겠군요?”장돌
뱅이는 별안간 너털웃음을 쳤다.”으흐흐흐! 젊은 친구! 그건 나를 도리어 욕하는 말이오!
나라는 이 장돌뱅이가, 비록 때로는 사람을 속이긴 하지만, 그건 단지 입에 풀칠을 하고 살아야
하는 목적 때문이오! 남을 속이는 것도 사람을 봐 가면서 하는 노릇이지‥‥‥ 젊은 친구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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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은 사람에게야 어찌 감히‥‥‥ 흐흐흐‥‥‥ 쌍벽이니 뭐니, 그따위 소리는 아예 하
지 마시오!”말을 다 하고 장돌뱅이는 술 주전자를 들어서 잔에 가득 따르는데, 그 태도가 어디까
지나 여유 작작하고 태연 자약했다.말을 듣고 보니, 소세옥은 눈앞에 앉아 있는 이 장돌뱅이야
말로, 바로 서기라는 유명한 사기꾼임에 틀림없다고 단정할 수 있었다.’속담에 도둑놈과 사기꾼
이 신변 가까이 있으면 재물을 조심하라고 했다. 이 서기란 놈도 엉큼스런 배짱이 없으면, 무순
까닭으로 자진해서 나에게 접근하여 집적대려는 것이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