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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었다.여인숙 안이 조용해지자, 어떤 사람들은 떠나 갔고, 또 어떤 사람들은 대청 제자리로
돌아가서 여전히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심부름꾼 녀석이 어지러운 대청 안을 정돈
하느라고 분주히 돌아가고 있을 때, 여인숙 대문 밖으로부터 장돌뱅이 한 사람이 걸어 들어오
고 있었다.그는 손에 약 상자를 들고 있는데, 나이는 마흔 살 전후, 광대뼈가 툭 불거져 나온 네모
진 얼굴에, 두 눈썹 끝이 여덟 팔(八)자로 축 늘어졌고, 턱 밑에는 몇 가닥의 수염이 염소처럼
달렸으며, 몸에는 과히 낡지도 않았고, 또 새것도 아닌 남빛 옷을 걸쳤다.장돌뱅이란 본래가 일
정한 주소가 없이 닥치는 대로 사방을 돌아다니는 직업이고 보니, 여인숙에도 노상 무시로 드
나드는 고객이었다. 그래서 여인숙 안에 있는 사람들도 그의 동정을 유심히 주의해보지는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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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다.장돌뱅이는 곧장, 여인숙 옆문으로 걸어 들어왔다.그 옆문이란 것은 폭이 그다지 넓지 못
했다. 고작해야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지나 다닐 만한 좁은 문이었다.차부로 변장한 마
생은 그 옆문 한편에 서 있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얼굴이 가무잡잡하게 생긴 청년의 일거
일동만을 노려보았다.장돌뱅이가 그의 신변 가까이 다가들었을 때, 차부는 갑자기 몸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뜻 한옆으로 비켜 섰다.차부가 몸을 비켜 서는 순간, 장돌뱅이는
홀연 한편 발을 헛디딘 것처럼 왈칵 앞으로 고꾸라지려고 했다. 만일 차부가 팔을 뻗쳐서 그를
부축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은 가슴과 가슴을 맞부딪칠 정도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어떤
사람이고 이런 순간에는 아무 생각이 없이 팔을 뻗치기 마련이다. 차부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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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른 오른팔을 뻗쳐서 자기의 신변 가까운 곳에서 앞으로 고꾸라지려는 장돌뱅이를 부축해
주었다.다행히 사람은 쓰러지지 않았지만, 장돌뱅이가 손에 들고 있던 약상자가 요란스런 소리
를 내면서 땅바닥에 떨어지는 바람에, 그가 손에 들었던 약봉지, 약병 따위들이 어수선하게 나
둥그러졌다.”이거 참, 미안하게 됐소이다!”장돌뱅이는 이렇게 감사하다는 뜻을 표시하고 곧
허리를 굽혀서 땅바닥에 쏟아진 물건들을 주섬주섬 다시 약 상자에 담았다. 그러고 나서 몸을
일으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천연스럽게 옆문으로 지나쳐 갔다.장돌뱅이가
자기 신변에서 완전히 멀찍이 스쳐 나갔을 때, 차부는 다시 고개를 쳐들고, 그 가무잡잡하게 생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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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모습을 주의해보려고 했다.그런데 괴상한 일이었다.이 지극히 짧은 순간에 가무잡잡하
게 생긴 청년은 온데간데가 없어졌다.차부는 가슴이 철렁했다.’얼굴이 가무잡잡한 청년은 분명
히 대문 근처에서 밖을 내다보고있었으며, 그 동안에 여인숙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없었는데
, 어느 틈에 종적을 감췄을까? 어쩌면 이놈이 ‥‥‥?”아차!’차부로 변장한 마생은 하마터면 자
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했다.손으로 얼른 품속을 더듬어 봤다. 대경 실색할 수밖에.자기 품
속에 분명히 간직해 둔 천하 보물 천기부록 책자가 감쪽같이 없어졌으니 말이다.
